혹시나 하고, 알라딘에 들어갔는데. 이성미 시집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에 대한 서평이 올라와있길래, 어머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데, 서평까지 쓴 사람이 있네 싶어서, 제목을 봤더니, 여지없이 혹평이다. 아- 그럴만해. 좋은 느낌으로 읽기 시작한 나도, 막판까지 가서는 '아직 단단하지 않은 시들이 많이 있네'라고 생각했으니까. 감성의 차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혹은 시를 읽는 태도나 나름대로의 관점들은 다를테니까.
시집 하나를 묶어서, 그 전체를 읽어서 좋은 것도 있고, 그 중 몇편 만이 따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을텐데, 아직 이성미의 이번 시집은,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큰 흐름으로서의 느낌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도, 내게 다가오는 몇 편의 시들이 괜찮았던걸. 그거면 나는 만족.
그 중에 하나는, 맨 처음 실린 시.


어디서 올까 그녀의 향기
몸 안에 양귀비꽃이 들어 있는 모양이다

어쩌다 입을 여는데
꽃잎들이 풀풀 나와
그녀와 나 사이를 떠다닌다

이것도 아름답지만
오래도록 그녀는 입을 다물고
그래서 나는 그 옆에 머물고


- 입을 다물다, 이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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