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도 맘에 들었지만,
어쩐지 내게 너무 슬프게 다가오는 시가 많이 있었다.

<사랑의 물리학> - 상대성원리-

나는 정류장에 서 있고,
정작 떠나보내지 못한 것은
내 마음이었다
안녕이라고 말하던
당신의 일 분이
내겐 한 시간 같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생의 어느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당신은
날 알아볼 수 없으리라
늙고 지친 사랑
이 빠진 턱 우물거리며
폐지 같은 기억들
차곡차곡 저녁 살강에
모으고 있을 것이다
하필,
지구라는 정류장에서 만나
사랑을 하고
한시절
지지 않는 얼룩처럼
불편하게 살다가
어느 순간
울게 되었듯이,
밤의 정전 같은
이별은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온다.

-
거의 유사하다. 거의 같다.


<보이저 2호> - 어떤 사랑의 방식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나는 너무 멀리 떠나와 버렸다
해는 지지 않고 달은 너무 많아
모두 당신 얼굴인 양 여기며 살았다

언제나 밤길이었다
혼자였고,
밤하늘에 별들은 가득했지만
다가가기엔 모두 너무 멀었다
목성을 지나칠 때
나를 잡아끄는 중력을 사랑이라 믿으며
못 이기는 척 끌려가
당신을 잊은 채 살고 싶었다
그러나
까맣게 타버려 재가 된 나를
당신이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나,
차마 용기가 나질 않았다

잘살아야 해,
내가 어두운 달의 뒤편을 돌아나올 때
당신이 말했다 나는 가끔
태양계 저편에서 전화를 걸었지만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슬픈 보이저 2호의 사랑. 아.. 남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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