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좋아하며 읽었었던
조인선의 시집 <황홀한 숲> 중에서 몇 편.

사랑 1

거울 속에서 한참을 놀다
해 지고서야 집으로 오는 길
붉은 피 뚝뚝 흘리며 절뚝이며
알 수 없는 향기에 이름을 걸어두고
그대 곁에 누웠다.

상처뿐인 얼굴이 퉁퉁 부어 올랐다.



사랑 2

어둠은 깊고 빛은 날카롭다
그대로 인해
꽃이 피 흘리고
병든 별 뜬다
아프지 않은 것이 없다



숲속의 밤

사랑은 슬프네 잊혀진 동화처럼
숲속에 굶주린 짐승이 되어 나 한참을 헤매이다가
바위틈에 녹슨 거울 하나 주웠네
눈물로 닦고 닦아 빛이 모이면
거울 속엔 거지가 된 어린왕자와 길 잃은 뱀이 한 몸이었네
믿는 건 사랑
파란 건 하늘
갈라진 혓바닥을 찾으러 일곱 빛깔 무지개가 뜨곤 했다네
빛을 모으면 열리려나
꽁꽁 동여매 나를 둘러메고 가는 숲속엔
달이 떠 있어
숲속에 파란 밤을 만들고
내 작은 사랑 노래에 부시시 몸을 뒤척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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