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일들>


그날의 일들은 껍질만 남은 별
팽창하고 팽창하다 모든 게 사라진 별

거짓말들로 거짓말들로
검은 방 모서리가 분화구처럼 움푹했다

그때 나는 너무나도 열심히
일만 광년 바깥에서 들려주는 라디오 방송의
추룩추룩 잡음들 속으로 귀를 밀어 넣었다

그날 이후로
하루에 한 알씩 떨어지는 눈송이들은
벗어 두고 온 운동화 속에 켜켜이 쌓이고 있다

우리의 나이가 일순간 일만 살씩 늙고
우리의 바다가 일순간 일만 톤씩 증발해 버리고
우리의 지붕이 희디흰 별똥별로 불타오른다

새로운 사실들이 사실을 지우고
새로운 발견들이 발견을 지우고

그날의 일들은 차차 쓸모가 생기리라
대물렌즈 없는 망원경처럼
목성의 고리처럼



<모른다>


꽃들이 지는 것은
안 보는 편이 좋다
궁둥이에 꽃가루를 묻힌
나비들의 노고가 다했으므로
외로운 것이 나비임을
알 필요는 없으므로

하늘에서 비가 오면
돌들도 운다
꽃잎이 진다고
시끄럽게 운다

대화는 잊는 편이 좋다
대화의 너머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외롭다고 발화할 때
그 말이 어디에서 발성되는지를
알아채기 위해서는

시는 모른다
계절 너머에서 준비 중인
폭풍의 위험수치생성값을
모르니까 쓴다
아는 것을 쓰는 것은
시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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