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흙을 돋우다가 / 허수경


저녁에 흙을 돋우다가 나비를 보았네
저녁에 흙을 부드럽게 만져
막 나오는 달리아를 편하게 하려다가
나비를 보았네

나비가 날아가는 곳을 멍하니보는데
턱 허니 의젓하게 차오르는 눈물

언제부터인가
야간등을 단 밤하늘의 비행기를 보면
무슨 이 지상에서 살아남을 권리이듯
눈물이 의젓하게 차올랐네

저 안에 마늘쪽같이아린 집이 있어
야간등을 달고 나비들은 그 곁을 지나는지도 모른다.

나비가 저녁 햇살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잠자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기도 했네

여린 빛마저
울음 오므리듯 투과하는 날개를 가져서
어떡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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