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이형기
나는 알고 있다
네가 거기
바로 거기 있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팔을 뻗어도
내 손은 네게 닿지 않는다
무슨 대단한 보물인가 어디
겨우 두세 번 긁어 대면 그만인
가려움의 벌레 한 마리
꼬물대는 그것조차
어쩌지 못하는 아득한 거리여
그래도 사람들은 너와 내가 한 몸이라 하는구나
그래그래한몸
앞뒤가 어울려 짝이 된 한 몸
뒤돌아보면
이미 나의 등 뒤에 숨어 버린 나
대면할 길 없는 타자가
한 몸이 되어 함께 살고 있다
이승과 저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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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딱 나의 A면과 B면에 관한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