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 김소월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나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苦樂)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모심타’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啼昔山)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

봉투 모의고사를 풀던 한 녀석이 내게 질문을 한다.

선생님,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가만 보니, 김소월의 시다. 

나는 딱 보고 알겠는데, 너는 모르겠니? - 네 모르겠어요.

이 시를 어찌, '세상 모르고 사는' 열아홉의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으리.

너가 이 시를 읽어도 읽어도 모르겠다는 그 말이 옳다.

내가 지금에 와서야, 그 절절함을 조금 알겠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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