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와 양지의 판다 / 이제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 않기로 한다.
그 밤 허리가 부러져 누워 있을 때, 어둠은 최초의 어둠으로 다가왔고, 최초의 어둠 뒤에는 최초의 빛이, 그리고 저 천장 귀퉁이에선 나의 작고 어린 판다가.
천천히 모서리를 타고 내려오면서,
어이, 잠들지 않으면 죽는다.
이제 그만 받아들여. 이 시간을. 이 공간을.
판다는 태어나기 전에도 판다였다는 듯이
흑백의 색을 단단히 뒤집어쓴 채
단순하고도 명료한 삶을 설파하는 사람처럼
나는 누워서
움직일 수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판다여, 판다여, 하며
체념하듯 판다를 판다라고 불러보는 것인데
시간은 흐르고 가망은 없고
소망 뒤에는 불행이 온다는 것을 확신하는 동안
구원이 필요한 순간에 가장 부족한 것은 구원이라고 생각하는 동안
이국의 밤은 찾아오고 허락하지 않은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이후의 아침은 까마득히 더디기만 하고
잠들지 않으면 죽는다기에,
잠들었다 깨었다, 깨었다 잠들었다,
병상의 이불 위로 흰 빛은 들어왔다 나가길 반복하고, 나는 음지가 되었다가 양지가 되었다가
이러다가 사람들은 천장 모서리를 따라 흐르는 음지와 양지의 판다를 발견하는구나. 이러다가 사람들은 음지와 양지의 두 눈을 발명하는 구나. 따뜻한 입말을 불러내듯 제 뼈마디의 구멍을 들여다보기 되는구나.
어느새 내 어린 판다는
자신의 삶을 수긍하는 사람의 선한 눈길을 빼닮고
봄날 동물원의 한가로움을 가장한 채로 눈부시고
검고 흰 빛을 바라보며 무수한 밤을 지나올 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는 일로 남겨두기로
머나먼 봄의 초원에서 누군가 무언가 한가로이 풀을 뜯을 때, 다시 하루는 음지에서 양지로, 양지에서 음지로 이름을 바꾸고.
*
잠들지 못하는 그대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