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冬麥)>

김수영


내 몸은 아파서

태양에 비틀거린다

내 몸은 아파서

태양에 비틀거린다


믿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믿는 것이 있기 떄문이다

광선의 미립자와 분말이 너무도 시들하다

(압박해 주고 싶다)

뒤집어진 세상의 저쪽에서는

나는 비틀거리지도 않고 타락도 안 했으리라


그러나 이 눈망울을 휘덮는 싯퍼런 작열의 의미가 밝혀지기까지는

나는 여기에 있겠다


햇빛에는 겨울 보리에 싹이 트고

강아지는 낑낑거리고


골짜기들은 평화롭지 않으냐ㅡ

평화의 의지를 말하고 있지 않으냐


울고 간 새와

울러 올 새의

적막 사이에서




<말들>

심보선


우리가 영혼을 가졌다는 증거는 셀 수 없이 많다.

오늘은 그중 하나만 보여 주마.

그리고 내일 또 하나.

그렇게 하루에 하나씩.




<살다가 보면>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날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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